보름동안 살아온 이야기 (via. me2day)

이 글은 sy님의 2009년 8월 11일에서 2009년 8월 26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그래, 이건 결혼식이잖아 - <사일런트 웨딩(NUNTA MUTA, 2008)> 맥스무비 시사회 후기

STAFF 각본, 감독ㆍ호라티우 말라엘 | 제작ㆍ알리나 데이비드 | 촬영ㆍ비비 드래건 바질
CAST 이안쿠ㆍ메다 안드레아 빅토르 | 마라ㆍ알렉산드루 포토신
DETAIL 러닝타임ㆍ87분 | 관람등급ㆍ15세 관람가

시사회 2009년 8월 20일 월요일, 명동 중앙시네마 1관 

 

# 그래,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결혼식인데, 이건 해도 너무했다. 하필이면 소련의 최고 권력자인 스탈린의 죽음이 '이안쿠'와 '마라'의 결혼식과 같은 날에 생겨난건가. 스탈린의 죽음으로 소련군이 강제로 정해놓은 1주일의 애도기간동안 모든 집회도, 웃음도, 심지어 장례식마저 안되는,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결혼식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루마니아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너무 도가 지나쳤다.

 

# 사실, 영화의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첫 시작부터 '이안쿠'와 '마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조금은 섬뜩하기까지 한 도입 부분은, 과연 이 영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졌다. 검은색, 짙은 회색으로 가득한 도입과 마지막 부분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황폐화된 루마니아의 모습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담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가 도입 부분에 놀라서 그냥 나가는 관객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놀라지 말라는 뜻에서 미리 얘기해주었다.

 

# 이 영화의 장르를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해보았는데, 하나같이 '드라마'라고 표기를 해놨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영화 사이트 관계자가 있다면, '코메디'이라고 같이 표기해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압권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공산주의 선전용 영화 상영 장면이었다. 덜 떨어진 듯한 공산당원 4인방은 슬랩스틱을 펼치며 모두를 웃기고 있고, 그동안 1930년대의 흑백 영화들처럼 무채색 화면에 후시 녹음을 통해 덧입힌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어쩌면 찰리 채플린이 그랬듯 감독도, 지나간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대해 조롱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 어쩌면 이 영화는, 단순히 스탈린식 공산주의가 펼쳤던 잔혹함만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급격하게 유입된 자본주의적 사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등장인물의 대사가 있었다. 완벽하게 기억하지는 않지만 아마, '공산주의 시절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이 마을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다 엎어 놓더니, 공산주의가 망하고 나서는 자본주의자들이 이 마을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다 엎어 놓았다'라는 내용의, 약간 분노에 휩싸인 어투의 대사였다.

 

# 참으로 오랜만에 맥스무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고 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맥스무비 시사회에 마지막으로 당첨되어 관람한 게 노영석 감독님의 <낮술>이라는 영화였으니, 벌써 7개월 전의 일이다. 글을 꼼꼼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내 탓이었을까, 아니면 순전히 내가 투자한(?) 강냉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적어서였을까, 순전히 내 운이 다 한 것일까, 이상하게 올해는 맥스무비 시사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 영화 이후로 조금 맥스무비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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