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학기 시간표


벌써 학교를 떠나있던 시간도 3년. 2학년 2학기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결과물이 너무 처참했음을 인식하고 도망치듯 휴학을 했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가 아닌 돈이라는 생각과 그에 따른 현실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반년을 보내다가 역시 도망치듯 2년 하고도 반년을 군 문제를 해결하러 떠났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3년이라는 시간을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친구들은 하나 둘 학부 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들어가거나, 이미 직장을 잡아 슬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나는 이제서야 학부 생활의 1/2을 지났을 뿐이었다. 더이상 내 주변이 아닌 남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삼을 때는 지나버렸다.

가정 문제와 내 개인적인 문제로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가 없어 주말 이틀과 평일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3년만에 돌아가는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커진다.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2009)


STAFF 감독, 각본ㆍ마크 웹 | 제작ㆍ메이슨 노빅 | 촬영ㆍ에릭 스틸버그
CAST 톰ㆍ조셉 고든-레빗 | 썸머ㆍ주이 디샤넬
DETAIL 러닝타임ㆍ95분 | 관람등급ㆍ15세 이상 관람가 | 홈페이지ㆍwww.foxkorea.co.kr/500days


같은 영화를 세 번씩이나 본다는 것은 웬만해선 쉬운 일도 아니고,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한 번을 보고, 여운이 남아서 또 다시 보고, 결국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보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여자친구가 있을 때에는 자주 보지 않게 되던 것이 로맨스 영화인데, 혼자가 되었을 때 가장 보기 편하고, 가장 재미있는 영화가 로맨스 영화라니.

영화의 초입 때 나온 나레이션처럼, 이 영화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저 그런 러브스토리는 아니었다-나레이션에서는 This is a story of boy meets girl. But you should know up front, this is not a love story.라고 친절히 말해준다- 과연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운명'? 톰은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한 여자, 썸머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한 여자를 만나는 동안의 일들이 이 영화의 전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세상 모든 사랑 이야기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는 법. 이 영화는 그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을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이 보여준다, 그 일이 먼저 있었고 나중에 있었고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내가 가장 끌렸던 부분이다. 게다가 연애에 대한 조언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동생에게서 듣는 오빠라니, 참 설정도 절묘하다. 연애에 소극적인 오빠와 적극적인 동생, 어쩌면 이 영화만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두 남녀의 모습을 화면을 분할하여 같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연애를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상상하지만, 가장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라면, '내가 이 상황에서 이러고 있는데, 과연 이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였다. 이 장면이 모든 연애의 해답은 아니겠지만, 왠지 애틋해지는 마음에 더 마음에 들어했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일찍 내려버린 상황이 많이 아쉬웠다.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를 대신해, 차기 <스파이더맨> 작품의 주인공과 감독으로 굳어가는 마크 웹 감독과 조셉 고든-레빗이 처음 만들어낸 장편 영화라는 사실로 이 영화를 조금 더 주목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면,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감독이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연출력은 영화 <디스트릭트 9>의 닐 블롬캠프 감독과 함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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