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건 결혼식이잖아 - <사일런트 웨딩(NUNTA MUTA, 2008)> 맥스무비 시사회 후기

STAFF 각본, 감독ㆍ호라티우 말라엘 | 제작ㆍ알리나 데이비드 | 촬영ㆍ비비 드래건 바질
CAST 이안쿠ㆍ메다 안드레아 빅토르 | 마라ㆍ알렉산드루 포토신
DETAIL 러닝타임ㆍ87분 | 관람등급ㆍ15세 관람가

시사회 2009년 8월 20일 월요일, 명동 중앙시네마 1관 

 

# 그래,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결혼식인데, 이건 해도 너무했다. 하필이면 소련의 최고 권력자인 스탈린의 죽음이 '이안쿠'와 '마라'의 결혼식과 같은 날에 생겨난건가. 스탈린의 죽음으로 소련군이 강제로 정해놓은 1주일의 애도기간동안 모든 집회도, 웃음도, 심지어 장례식마저 안되는,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결혼식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루마니아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너무 도가 지나쳤다.

 

# 사실, 영화의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첫 시작부터 '이안쿠'와 '마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조금은 섬뜩하기까지 한 도입 부분은, 과연 이 영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졌다. 검은색, 짙은 회색으로 가득한 도입과 마지막 부분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황폐화된 루마니아의 모습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담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가 도입 부분에 놀라서 그냥 나가는 관객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놀라지 말라는 뜻에서 미리 얘기해주었다.

 

# 이 영화의 장르를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해보았는데, 하나같이 '드라마'라고 표기를 해놨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영화 사이트 관계자가 있다면, '코메디'이라고 같이 표기해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압권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공산주의 선전용 영화 상영 장면이었다. 덜 떨어진 듯한 공산당원 4인방은 슬랩스틱을 펼치며 모두를 웃기고 있고, 그동안 1930년대의 흑백 영화들처럼 무채색 화면에 후시 녹음을 통해 덧입힌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어쩌면 찰리 채플린이 그랬듯 감독도, 지나간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대해 조롱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 어쩌면 이 영화는, 단순히 스탈린식 공산주의가 펼쳤던 잔혹함만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급격하게 유입된 자본주의적 사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등장인물의 대사가 있었다. 완벽하게 기억하지는 않지만 아마, '공산주의 시절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이 마을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다 엎어 놓더니, 공산주의가 망하고 나서는 자본주의자들이 이 마을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다 엎어 놓았다'라는 내용의, 약간 분노에 휩싸인 어투의 대사였다.

 

# 참으로 오랜만에 맥스무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고 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맥스무비 시사회에 마지막으로 당첨되어 관람한 게 노영석 감독님의 <낮술>이라는 영화였으니, 벌써 7개월 전의 일이다. 글을 꼼꼼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내 탓이었을까, 아니면 순전히 내가 투자한(?) 강냉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적어서였을까, 순전히 내 운이 다 한 것일까, 이상하게 올해는 맥스무비 시사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 영화 이후로 조금 맥스무비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dayz.org 다섯돌


공부를 빼고는 다 할만했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에 아무런 생각없이 질렀던 도메인 dayz.org가, 이번 목요일(8월 20일) 어느덧 다섯돌을 맞게 되었습니다. 사실 dayz.org라는 도메인을 한두해만 가지고 있다가 그냥 버리겠다고 생각했지만, 메일 계정을 연결하고, 블로그를 연결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구상을 해보고 했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더군요.

예전에 있던 tt.dayz.org라는 주소로 운영하던 블로그도 이런저런 연유로 다른 도메인으로 바꾸고는 했지만, dayz.org라는 도메인은 쉽게 버리지 못하겠네요.

그동안 Tattertools, Tistory를 거쳐 Textcube.com에 빌붙어 살고 있는 지금, 224개의 블로그 포스트와 500개의 댓글, 248건의 방명록과 31건의 트랙백을 가지고 있는, dayz.org의 주인입니다. 끈기없기로 알려진 제게도 이렇게 가느다란 끈질김을 갖게 해준 분들께 이렇게나마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안녕, 필름2.0


벌써 영화 전문 잡지인 <필름2.0>이 발행 중지된 지 7개월이 지났다. 매주 1,000원짜리 한 장으로 나의 영화 지식과 감성을 간지럽히던 잡지를 보지 못한 것도 그만큼 지났다. 대신 간간히 2,000원짜리 <무비위크>나 3,000원짜리 <씨네21>을 통해 영화 이야기들을 접하지만, 두 잡지 모두 <필름2.0>만큼 나를 간지럽게 해주지 못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주 <필름2.0>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지만 역시 돌아오는 것은 서버를 찾을 수 없다는 응답뿐이다. 아무리 내가 소리를 쳐도 그 소리는 어디론가 흡수되어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1,000원에서 2,000원이나 3,000원으로 올라도 좋으니 <필름2.0>이 어서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것이 아니었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스팸 및 홍보글들에 눈을 찌푸리는 일도 나만 한 것이 아니었고, 이런 지경까지 오는동안 그 이면의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일도 나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필름2.0>은 돌아오지 못했다.

<필름2.0>의 발행 중단 3개월 후, 영화 잡지인 <프리미어>도 갑작스럽게 발행 중단 선언을 해버렸다. <필름2.0>처럼 생산이 어려워져서 중단을 한 게 아니라 아쉬움보다는 약간의 분노감이 들었다.

이제 영화와 관련된 잡지라고는 주간지인 <씨네21>, <무비위크>, 그리고 월간지인 <스크린>, 이렇게 3가지 뿐이다. 3천원, 2천원, 6천원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필름2.0>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씨네21>의 경우 올 초부터 인쇄 사이즈를 축소하였고, <무비위크>는 한껏 더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것들을 지켜내자니 자꾸만 손이 가지 않고, 옛것을 그리워하자니 그들은 너무 먼길을 가버려 돌아오지 않는다. 안녕, <필름2.0>. 당신이 가버린만큼, 언젠가는 당신의 자리를 채울 다른 영화 잡지가 생겨날 거라고 믿겠어요.

해피 플라이트(A Happy Flight, 2008)

# <워터보이즈>, <스윙걸즈>에 이어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경쾌발랄한 영화입니다.

 

# 마치 영화가 아야세 하루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이 홍보가 되고 있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주인공은 출연진 모두입니다. 뭐, 아야세 하루카가 돋보이는 건 사실이지만요.

 

# 비행기, 관제탑, 정비장, 플로어 모두 세트가 아닌 실제 공간에서 촬영한 덕분에 다른 영화들의 비행기 모습보다 더 멋있습니다. 특히나 ANA 항공에서 보잉 747 항공기 1대를 보름동안 무상으로 대여를 해줄 정도로 지원해줬다고 합니다¹. 우리 나라에서 이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언제쯤 나올까요.

 

# 이 영화의 매력은 아무래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공항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겠네요. 비행기 한 대를 출발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 영화 <트랜스포머:패자의 습격>과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라는 두 마리의 스크린 괴물 사이에서 상영 스크린을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부디 이 영화도 회항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¹ 맥스무비 뉴스 기사(http://www.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contain=&keyword=&mi_id=MI0084824830)

환상의커플(Overboard, 1987)

# 3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는 같은 이름의 드라마가 리메이크되어 방영되기도 했지요. 주인공 딘 프로핏의 역을 맡은 커트 러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B급 영화 <데스 프루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젊을 적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느낌이 새롭네요.

 

# 줄거리는 드라마의 내용과 비슷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설정은 두 작품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드라마보다 현실성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146분의 상영시간의 원작을 16부작으로 늘려서 방영한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드라마에서의 나상실은 어수룩하고 귀여운 느낌인 반면에, 영화에서의 애니는 억척스럽고 강한 느낌입니다. 확실히 두 캐릭터 모두 사랑스러운 이미지임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장철수와 딘 프로핏 모두 강하면서도 능글맞은 캐릭터로 나오고요. 오지호와 커트 레셀, 한예슬과 골디 혼의 느낌을 비교해보면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 중 하나입니다.

 

# 조안나의 남편인 그랜트는 너무 돈밖에 모르는, 조금은 악랄한 캐릭터로 나왔네요. 그리고 드라마의 공실장과 같은 빛나는 조연도 딱히 없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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