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으기


훈련소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과외에 목을 메고 할 정도로 누구를 가르치기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집에서 손을 벌려 용돈을 구걸하기에도 나이가 조금 민망한, 참으로 애매한 시기였다. 그 4개월동안의 근무 기간동안, 물론 스케쥴 때문에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거의 70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돈도 훈련소를 다녀온 이후, 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이후 찾아온 공백과 충격으로 인하여 결국 흥청망청 써버리게 되었다.

2007년 가을부터 시작된 공익근무요원 복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입장이라 한 달에 받는 20만원 가량의 돈은 참으로 부족했다. 휴대전화 요금과 식비,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다보면 훌쩍 10만원에 달하는 적자가 생기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몰래 엄마에게 다가가 돈을 구걸하기도 했다. 나이 스물셋에 집에서 돈을 타서 쓴다는 게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대로 살다가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되겠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의지박약의 나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적금 통장 만들기.

처음에 적금 통장을 만들 당시에 '눈 딱 감고 한 달에 10만원 씩만이라도 저축해두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고, 그게 벌써 12개월 중 5개월을 지났다. 저축을 시작한 달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목표액의 2배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난 달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기기 시작하여 겨우 5만원씩만 넣게 되었다. 5회차까지 현재 입금액은 50만원, 겨우겨우 목표치는 해내고 있는 수준이다.

사실 사고 싶은 것도 많이 있고, 그래서 중간에 해지를 해버릴까 하는 유혹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독하게 살지 않으면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자, 참 세상이 모질구나 싶기도 하다.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만이 가득한 그런 세상.

앞으로 7개월만 더 부으면 1년이 다 차는데, 이제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도 좀 해봐야지. 어쩌면 행복할지도, 혹은 절망적일지도 모르는 이 생각을 나는 오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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