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까먹다 맞은 스물셋.


방 안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귤을 먹다가 시계를 보니
2008년 1월 1일 0시 4분.

결국 이번에도 특별한 것 없는, 특별한 일 없는, 그냥 그저그런 해넘김을 맞았다.
생각해보면
열아홉과 스물의 교차점에서도, 스물과 스물하나의 교차점에서도
남들처럼의 특별한 무엇인가는 없었다.
어쩌면 특별한 것 없이 해넘김을 맞이한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바뀌는 것도 모른 채, 그냥 나홀로 맞이하는 것.

스물둘과 스물셋의 교차점,
그 사이에는 까고 버린 귤껍질만 남아있었다.
나는 그 교차점을 함께 한 (어쩌면 특별한 것일지도 모르는) 귤껍질을 주저없이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렸다.

그 귤껍질처럼
내 초라했던 스물둘도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그 스물둘을 버리기도 전에 스물셋이 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