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아져버린 '스물'

나에게는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스물'. 결국 그 어색한 '스물'은 한바탕 나를,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헤집고 사라져간다. 이제는, 나의 작아져버리는 '스물'.

그 '스물'은 조금씩,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를 바꿔버리고 있었다.

'스물'의 시작부터 나에게 내려진 녹내장 선고. 한동안 나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녀석. 아마 앞으로도 그 녹내장 때문에 나의 20대도, 30대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첫사랑 이후로는 아무도 믿지 말자고, 그리고 아무도 사랑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건만, 결국 나는 누군가를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그 '스물'에 들어서자마자. 나 같은 녀석에게도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해주던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낼 무렵, 그 사람은 나를 떠나버리고 말았다. 아니, 원래 자신이 옆에 있어야 했을 사람에게 돌아가 버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 미안해하면서. 바보 같았던 그 마지막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내 머리 속에서는 지워지지 않겠지. 지워지지 않는 실연의 괴로움 속에서, 나는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

그 '스물'이라는 녀석은, 내가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사람을 미워하게, 아니 사람을 증오하게도 만들었다. 네가, 아니 당신들이 먼저 내가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당신들이 더 나빴던 거예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아.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별다른 탈 없이 들어온 대학교. 다른 사람들에게는 설렘만이 가득하다던 그 대학 생활은, 나에게 있어서 결코 설렘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주 단조적이고 인스턴스식의 인간관계. 자신들이 필요할 때에만 아는 척, 그리고 그때뿐인 관계. 솔직히 말해서, 정말 역겨워서 죽을 뻔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계속 앉아있어야 하는지, 후회도 해보았다. 그래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곤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런 인간들 속에서도 정말 좋은 인연들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수업들 속에서도 정말 좋은 교수님을 만나서, 다시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도 있었다는 점.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그동안 목숨을 걸 정도로 가치 있던 것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잠시 가지고 있었지만, 이내 놓쳐버렸다. 그것들은 스스로 사라져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니, 어쩌면 내가 정신을 놓고 있었을 즈음에 내 도박으로 다 잃어버린 것일지도.

나를 웃게도, 울게도 하지 않았던 '스물'. 이런 식으로 나를, 그리고 내 주변을 헤집어 놓고서는 이제 사라지려 한다. 아마 그 '스물'처럼 나에게 이런 식의 사랑을, 증오를, 생활을 하게 만들 것은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더욱 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끝자락에 서서, 씁쓸해지는 느낌은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다. 아마 조금은 더 사랑할 수 있었고, 조금은 더 목숨을 걸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후회하지는 말자. 이미 쉽게 와버린 것이기에, 쉽게 가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잘 가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안녕. 나의 작아져버린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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